빈자리의 온도 #12~13
12장. 균열은 소리 없이 왔다 여덟 달이 지나면서 작은 것들이 눈에 걸리기 시작했다. 재혁이 카드 게임 모임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졌다. 자정이 넘는 날이 잦아지더니 새벽 두 시, 세 시가 됐다. 어느 날 재혁의 핸드폰이 식탁 위에 켜진 채로 놓여 있었다. 나는 볼 마음이 없었는데, 눈이 먼저 봤다. 모르는 이름의계속 읽기
빈자리의 온도 #10~11
10장. 여섯 달, 명절의 하루 반년이 지났다. 명절이 왔다. 우리는 명절 당일만큼은 원래 부부로 돌아가서 각자 시댁에 인사를 가기로 했었다. 준혁 시댁은 경기도 외곽이었다. 시어머니는 내가 오자 두 손을 잡으셨다. 준혁은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부엌으로 들어가 어머니를 도왔다. 조카들이 달려들어 목을 타고 올라가도 끄떡없이 받아줬다. 시어머니가 거실에 앉아 그 모습을 보며계속 읽기
빈자리의 온도 #9~10
9장. 세 달의 고비 — 어머니가 올라오셨다 세 달이 지날 무렵, 친정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무릎이 예전부터 좋지 않으셨는데 서울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고 싶다고 하셨다. “며칠 있다 가면 안 되겠니. 거리가 너무 멀어서 혼자 오기가 영 불편하더라.” 거절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재혁의 집에 올 수 없었다. 나는 준혁에게 연락을 했다.계속 읽기
연극 〈사내연애보고서〉 후기 | 4명인 듯 4명이 아닌 듯, 눈도 재미도 다 잡은 공연
작년 11월 9일, 여자친구랑 연극 〈사내연애보고서〉를 보고 왔어요. 사실 연극이라고 하면 왠지 좀 무겁고 진지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제목부터가 가볍고 유쾌한 느낌이라서 큰 기대 없이 편하게 보러 갔거든요. 근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기분 좋게 나왔습니다 😄 〈사내연애보고서〉는 어떤 작품인가요? 제목 그대로 직장 내 연애를계속 읽기
두 번 봐도 땀나는 연극 — 쉬어매드니스 재관람 후기
4년 만에 다시, 이번엔 둘이서 4년 전, 혼자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이걸 왜 이제 알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때 이후로 주변에 얼마나 열심히 추천하고 다녔는지, 이번엔 결국 여자친구를 직접 끌고 왔다. “나 믿어, 진짜 재밌어”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다행히 틀리지 않았다. 만약계속 읽기
빈자리의 온도 #7~8
7장. 첫 번째 시도, 그리고 멈춤 한 달 반쯤 되었을 때였다. 재혁이 저녁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창가 자리에 촛불이 있었고, 와인이 나왔다. 재혁은 대화를 잘 이끌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런 식의 저녁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준혁과의 저녁 식사는 항상 집이었고,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고, 반찬 이야기가 전부였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기분이계속 읽기
빈자리의 온도 #5~6
5장. 이름을 부르기까지 첫 주가 지나고, 둘째 주가 되었다. 재혁은 나를 부를 때마다 멈칫했다. 처음 며칠은 그냥 야, 라고 불렀다. 그것도 어색하니까 이름으로 부르려다가 또 머뭇거렸다. 어느 날은 형수, 라고 불렀다가 본인이 더 놀라서 헛기침을 했다. “미안해요. 입에서 그냥 나왔어.”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지수라고 해. 어색해도 그냥 해.” 재혁이계속 읽기
빈자리의 온도 #3~4
3장. 포차의 냅킨 그날 밤은 유난히 바람이 차가웠다. 우리가 자주 가던 골목 포차, 이모가 눈치껏 소주를 갖다 주고 자리를 피해주는 그곳에 우리는 나란히 앉아 있었다. 민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나 이번 달도 통장 마이너스야. 재혁이 또 카드 게임한다고 주말 내내 나가 있었어. 전화하면 바빠, 한마디야. 뭐가 바빠?” 나는 소주잔을계속 읽기
빈자리의 온도 #1~2
― 돌아올 수 없는 줄 몰랐던 자리에 대하여 ― 1장. 세상 둘도 없는 절친 사람에게는 딱 한 명,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웃지 않아도 기분을 읽고, 술잔을 내밀지 않아도 마음이 비어 있다는 걸 눈치채는 사람. 나에게 그 사람은 민지였다. 처음 만난 건 스물두 살 봄이었다.계속 읽기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후기 | 정성화의 열연에 2시간이 순삭됐다
앗, 죄송해요! 정성화 배우님이 주인공으로 다니엘과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1인 2역으로 소화하신 거잖아요. 그 부분이 오히려 이 공연의 핵심 포인트인데 제대로 못 살렸네요. 수정해서 다시 써드릴게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후기 | 정성화의 1인 2역, 이게 사람이 맞나 싶었다 작년 12월 7일, 여자친구랑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보고 왔어요. 영화 원작이 너무 유명하다계속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