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봐도 땀나는 연극 — 쉬어매드니스 재관람 후기

4년 만에 다시, 이번엔 둘이서

4년 전, 혼자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이걸 왜 이제 알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때 이후로 주변에 얼마나 열심히 추천하고 다녔는지, 이번엔 결국 여자친구를 직접 끌고 왔다. “나 믿어, 진짜 재밌어”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다행히 틀리지 않았다. 만약 재미없었으면 그날 저녁 밥값은 내가 냈어야 했을 것이다.

혼자 볼 때와 둘이 볼 때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같이 반응하고 같이 놀라고, 중간중간 눈빛으로 ‘저 배우 진짜 대단하다’를 주고받는 그 순간들이 공연의 재미를 배로 만들어줬다. 처음엔 살짝 긴장했는데, 결과적으로 데이트 코스로도 꽤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미용실에서 살인이라니, 근데 왜 이렇게 재밌어

쉬어매드니스는 미용실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인터랙티브 추리 연극이다. 설정만 들으면 조금 황당할 수 있는데, 막상 보기 시작하면 그 황당함이 오히려 매력이 된다. 배우들이 관객을 직접 끌어들이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방식이 처음부터 긴장을 풀어주면서도 어느 순간 진짜 몰입하게 만든다.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이 직접 범인을 지목하고, 그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처음 봤을 때도 ‘이런 게 가능하다고?’ 싶었는데, 두 번째도 전혀 식상하지 않았다. 어떤 관객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니 여러 번 와도 새로운 공연이 된다. 같은 공연인데 같은 공연이 아닌 셈이다. 기획자가 천재거나 관객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거나, 아마 둘 다인 것 같다.

범인을 지목하는 순간의 긴장감은 직접 경험해봐야 안다. 관객들끼리 의견이 갈리고, 각자의 추리를 내세우며 갑자기 법정 분위기가 되는 그 장면이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나는 나름대로 확신을 가지고 손을 들었는데,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넘어가겠다.


앞줄 관람, 배우들의 땀까지 보인다

이번엔 맨 앞줄에 앉아서 봤다. 배우들의 표정, 대사, 눈빛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다 전해졌다. 열연이라는 말이 딱 맞는데, 보는 내가 괜히 긴장되고 등에 땀이 맺힐 정도였다. 배우들이 저 에너지를 매 공연마다 유지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직업 정신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앞줄은 배우들과 눈이 마주칠 때도 있어서 괜히 움찔하게 되는데, 그게 또 묘하게 공연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뒷줄보다 앞줄이 훨씬 생동감 있다는 건 확실하다. 처음 보는 분이라면 앞줄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단, 배우에게 말 걸릴 각오는 하고 앉아야 한다.

공연 초반과 중간에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좋았다. 요즘 공연들이 촬영에 꽤 엄격한 편인데, 이런 여유 있는 구성 덕분에 분위기도 한결 편안하고 기념도 제대로 남길 수 있었다. 여자친구도 사진 찍는 시간이 있다는 걸 좋아했다.


공연보다 드라마틱했던 옆자리 아저씨

딱 한 가지, 공연 외적으로 아주 특별한 경험이 있었다. 옆자리에 정체불명의 아저씨가 등장했는데, 공연 내내 혼잣말을 하고 무전기를 귀에 꽂은 채 마치 스태프인 양 활약하셨다. 처음엔 혹시 진짜 스태프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아니었다.

결국 조용히 해달라고 했더니 되려 협박을 하시고는 반대편 자리로 당당히 이동하셨다. 그리고 거기서 주무셨다. 본인만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신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주무시러 오신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입장료가 아깝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덕분에 초반 몰입이 꽤 흐트러진 건 사실이다. 공연이 끝나고 여자친구랑 아저씨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한테는 공연 외의 추가 콘텐츠를 제공해주신 셈이다. 감사한 건지 억울한 건지 모르겠지만, 쉬어매드니스보다 이 아저씨 스토리가 더 드라마틱했던 건 부정할 수 없다.


역시는 역시, 또 올 것 같다 ★★★★☆ 4.5/5

결론은 하나다. 역시는 역시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쉬어매드니스는 이 장르에서 확실히 상위권 공연이다. 처음 보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미 한 번 본 사람에게도 충분히 추천할 수 있다. 결말이 달라지는 구조 덕분에 반복 관람의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보면 관람 후 “그 사람이 범인이라니까” “아니야 내 말이 맞잖아”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공연 자체가 대화 거리를 만들어주는 셈이라, 보고 나서 밥 먹으러 가도 이야깃거리가 넘쳐난다.

기회가 되면 또 올 것 같다. 아마 그때도 앞줄에 앉을 텐데, 제발 옆자리는 평범한 분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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