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후기] 1930년대 경성의 문학적 향기, 뮤지컬’팬레터’ 관람기

뮤지컬 〈팬레터〉 후기 — 초반 졸다가 후반에 소름 돋은 공연

지난 5월 2일, 드디어 봤습니다. 주변에서 “인생 뮤지컬”이라고 입이 닳도록 얘기하던 뮤지컬 〈팬레터〉.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그린 작품인데요, 한국 창작 뮤지컬 중에서도 완성도가 특히 높다고 알려져 있어서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공연이었어요.


줄거리 간단 요약

천재 작가 김해진, 그를 동경하는 소설가 지망생 세훈, 그리고 베일에 싸인 여류 작가 히카루.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세훈은 ‘히카루’라는 필명으로 해진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하고, 그 편지 속 문장에 깊이 매료된 해진은 히카루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런데 히카루는 실재하는 인물이 아닌, 세훈이 만들어낸 환상이었어요. 해진의 병세가 깊어질수록 ‘히카루’라는 자아는 점점 세훈을 잠식해가고, 이야기는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됩니다.


솔직한 후기: 초반엔 졸았고, 중반부터 소름 돋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공연 초반은 좀 힘들었어요. 서정적이고 정적인 분위기가 길게 이어지다 보니, 그날 피곤했던 탓도 있어서 잠깐 졸기도 했거든요. 😅

근데 극이 중반부로 넘어가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배우들이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는 졸음 같은 건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고음 넘버를 소화하는 성량이나 무대를 압도하는 에너지가 진짜 소름 돋는 수준이었고, 관객석 전체가 빨려드는 느낌이랄까요. 티켓값 전혀 안 아깝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어둡지만, 그 어둠이 매력인 작품

〈팬레터〉는 전체적으로 무겁고 다크한 톤의 작품이에요. 그런데 이 어둠이 그냥 우울한 게 아니라, 예술가의 광기와 내면의 욕망을 굉장히 세련되게 풀어낸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자아 분열을 표현하는 ‘히카루’의 연출 방식이 신선했어요. 시적인 대사들과 몽환적인 무대 연출이 맞물리면서, 공연을 보는 건지 슬픈 소설 한 편을 읽는 건지 모를 감각이 들었달까요. 그 분위기가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총평

초반의 고비만 넘기면 후반부 몰입도가 엄청난 작품입니다. 평소 창작 뮤지컬을 즐겨 보시는 분이라면, 특히 문학적인 서사를 좋아하신다면 강력하게 추천드려요.

저는 5월 2일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썼고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캐스팅으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말 다 한 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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